오늘은 2년마다 1번씩 받는 국가 건강 검진을 받고 왔다. 정말이지 건강검진은 생각만 해도 싫고 미루고 싶은 마음만 든다. 이번에 검사받고 무슨 안 좋은 소리가 나올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힘든 위내시경 검사 받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처럼 건강검진을 연말로 미루는 모양이다. 공단에서는 나한테 벌써 여러번 문자를 보내서 검진받으라고 독촉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미 나는 한 달 전에 검진을 예약해 두었다.

  내가 예약한 병원은 대학 병원 부설의 건강검진 센터이다. 2년 전에도 그곳에서 받았다. 신축 건물이라 깨끗하고 넓었다. 그 당시에 검사도 순탄하게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좀 달랐다. 정말이지 다음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악이었다.

  채혈실의 진단의학과 직원은 무뚝뚝하기가 이를 데 없다. 별다른 인사말도 없이 팔부터 내놓으라고 말한다. 무슨 대단한 친절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피를 뽑는다'는 상황 자체가 좀 무서운데, 인사도 없이 무턱대고 팔 부터 내놓으라니. 피 뽑은 자리에 알코올 솜 대놓고 테이프로 팔 한바퀴 돌려서 감아준다. 이제까지 채혈하면서 이렇게 후처치를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해놓은 꼬락서니가 한심하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악이었다. 보조하는 간호사가 어찌나 거친지, 내 머리를 붙잡고 마구 힘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시경이 목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제일 괴로운데, 그런 상황에서 내시경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의사는 아무 말도 없이 내시경을 뺐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하고 두 번째에서야 겨우 내시경이 들어갔다. 진짜 내가 이해가 안 가고 짜증스러웠던 것은 간호사보다도 의사였다. 지금 위의 어디 부분을 본다든지, 이제 검사가 거의 끝나간다든지, 이런 말은 하지도 않는다. 무슨 말 못 하는 병이 있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내시경으로 들쑤시고만 있었다. 환자와 소통하지 않는 이런 의사는 정말 최악이다. 검사 끝나고서 겨우 한마디 할 뿐이다.

  "정상입니다."

  위내시경 학회에서는 내시경 의사들 보수교육(補修敎育)때 환자들과의 소통 기술이나 좀 가르쳤으면 좋겠다. 비수면으로 하는 위내시경 검사는 나름대로 고통스럽다. 의사는 그 과정에서 환자의 불안과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내 위내시경 검사를 한 의사는 그런 점에서 수준 미달이다. 환자를 자신의 내시경 검사 케이스 쌓는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 같다. 최악의 의사에 마구잡이로 보조하는 간호사까지. 오늘의 내시경 검사는 아주 진저리 쳐지는 경험이었다.

  왜 사람들은 건강 검진을 연말로 미루는 것일까?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기 몸이 어떤 도구로 취급되는 느낌은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피를 뽑고, 내시경 같은 기구가 몸에 들어오는 고통을 참아야 한다. 의사와 의료 기사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진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배려는 보기 어렵다. 개인 검진이 아닌 국가 건강 검진의 경우는 뭔가 더 형식적이고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영양과 운동 처방 같은 것은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 의미가 없다. 구강 검진은 그야말로 몇 초 안에 끝난다. 그러니 돈 더 들여서 비급여 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에서 집에 돌아오니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검진 결과서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건강 검진은 지난 2년 동안 내가 살아온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나름의 평가서 같다. 음식을 제대로 잘 챙겨 먹지도 않았고, 근력 운동도 안 했다. 올해는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때도 많았다. 결국 질병이란 자신의 유전적 소인과 생활 습관의 결합이다. 이렇게 병원을 다녀오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근원과 현재 삶의 방식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된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지를 받게 될까? 결과 통보서가 우편함에 꽂히는 날을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두근, 쫄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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